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타이틀이 '파이낸셜 프리덤' 즉, '경제적 자유' 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해외의 절약(Frugality)이른 퇴직(Early Retirement)를 주제로 하는 여러 블로그들을 읽다보니, 그들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실천을 했고, 또 그런 이야기를 블로그와 커뮤니티를 통해서 나누는 것을 보고,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싶다. 언젠가는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그렇다면,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부모님이 물려주시는 건물이 있거나, 운 좋게 당첨된 연금 복권이 있는게 아니라면 약간의 계산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직장인(혹은 그냥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딱 하나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비용만큼의 수익을 창출해주는 자산


그리고 여기에 들어가는 숫자는 2가지가 되겠죠.


  1. 내가 살아가는데 드는 비용 = x
  2. x 만큼의 수익이 창출되는 자산 y

숫자는 2가지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두가지의 숫자는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자산 y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겠지만,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한 우리들은 하루라도 빨리 y라는 목표에 달성하려면, 쉬운 방법은 하나입니다. x를 줄이는 것이지요. 

이럴때 자주 사용되는(특히 미국 사람들 사이에;) 4% 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은퇴 자금의 기대 투자 수익률, 물가의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했을때 은퇴자금에서 매년 4%의 자금을 빼서 사용하면 30년 이상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과거의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물론 이 스터디 결과가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이 룰을 사용하곤 합니다. 즉, 년간 비용의 25배의 은퇴자금이 있다면, 이론 적으로는 은퇴가 가능하다는 얘기인거죠.

앞의 x와 y에 간단하게 적용시켜볼 수 있는 식이 하나 생겼습니다.

x * 25 = y

1년간 2,000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사람이라면 5억, 4,000만원의 비용을 지출하는 사람이라면 10억이라는 큰 은퇴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만... 만일 1년간 드는 비용이 1,000만원이 드는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필요한 은퇴자금은 2억 5천만원으로 낮아지며, 5억이나 10억에 비해서는 훨씬 달성 가능한 목표처럼 보입니다. 근데 1년에 1천만원이라면, 1달에는 83만원꼴인데... 아무래도 힘들겠지요? ^^;

제가 요즘 흥미롭게 읽고 있는 Early Retirement Extreme blog의 주인공 Jacob은 1년 동안 7,000달러의 예산으로 살면서 직장생활 5년 만에 '경제적 자유'를 얻은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자세히 읽어보면 혼자의 예산이 7,000달러이고, 부인과 합치면 14,000달러라는 것이 함정... 그래도 2인 가족이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1600만원 정도의 예산, 즉, 월 130만원여의 생활비로 생활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 가정이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자산을 계산해보기 위해 보통 지출되는 필수 고정 비용들과 생활 비용 들을 한번 대략적으로 계산해봤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후잉 가계부가 수고해주고 계십니다.)

  • 숨만 쉬고 살아도 들어가는 고정비용
    • 아파트 관리비 : 10만원*12
    • 가스 요금 : 월 평균 5만원*12
    • 휴대폰 요금 : 둘이 합쳐서 7만원*12
    • 인터넷tv 요금 : 3만원*12
    • 실비보험 : 둘이 합쳐서 14만원*12
    • 자동차세 : 36만+8만
    • 자동차보험 : 48만+43만
    • 재산세 : 22만
    • 삼식이(고양이) 모래+사료+미용 : 50만
      • 총합 = 675만
  • 적당히 사람답게 살려고 들어가는 변동비용
    • 양가 용돈 및 경조사 : 300만
    • 식비 : 월 50만*12 (네.. 알아요.. 식충이 부부에요 ㅠㅠ)
    • 꾸밈비 : 200만
    • 기타 생활용품 : 100만
    • 유흥/휴가비 : 200만
    • 주유비 : 100만
      • 총합 = 1500만

둘을 합쳐보니 2,175만원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건 거의 최소로 잡은거고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이 씁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생각해보면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차 2대중 1대는 처분해서 쓸데없이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고(결혼하기 전에 각각 타고 있던 차가 있어서 2대가 되어버린;;) 외식 대신 집에서 밥을 해먹는 식으로 식비를 절약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기에, 이정도면 크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예상치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향후 자녀 양육비나 교육비 등 지출이 많이 들어갈만한 부분이 포함이 안되어있긴 하지만, 그건 가정마다 너무 다르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어느정도일지 예상할 수가 없어서 현 상태로 계산을 해보려고 합니다. 

년간 현재 저희 부부가 쓰는 비용을 2,200만원이라고 보면, 위의 4%룰에 따르면, 5억 5천만원의 자산이 있으면 이론적으로 은퇴가 가능합니다. 5억이 넘는 큰 돈이기에 먼 미래처럼, 혹은 불가능한 미래처럼 그려지기도 하지만, 무슨 은퇴할때 20억이 넘는 돈이 있어야 한다며 겁을 주는 일부 미디어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계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입니다. 직장인의 경우 사업자가 1:1로 매칭하는 국민연금이나, 알게 모르게 매년 월급만큼 쌓여가는 퇴직연금은 직장 생활을 꽤 오래 하고 나면, 무시 못할 만큼의 금액이 되어있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저희처럼 맞벌이 부부라면 그 금액이 두배가 될테니, 더더욱 향후 현금 흐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겠죠. 만일, 은퇴 이후 이 2개의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이 한사람당 월 30만원 정도만 된다고 해도, 위에서 계산한 생활비는 년간 1,480만원으로 줄어들며, 여기에 4%룰을 적용하면 필요 자산이 3.7억으로 줄어듭니다.

또한 은퇴 이후, 일을 전혀 안하는 것이 즐거울 수도 있지만, 나름 특기를 살려 조금씩 파트타임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수입이 조금이라도 발생한다면, 역시 그만큼 은퇴에 필요한 자산은 줄어들게 됩니다. 직장을 떠나려고 은퇴하는 건데 뭘 또 일을 하나 싶을 수도 있겠지만, 직장, 혹은 풀타임잡이라기 보다는 내가 즐거운 일을 하면서도 약간의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저같은 경우라면 직장에서 은퇴를 하더라도 블로그를 한다던가, 다른 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여기에서 월 30만원 정도의 현금 흐름만 발생한다고 해도, 년간 생활비는 다시 1,480만원에서 1,120만원으로 줄어들고, 여기에 25를 곱해보면 2.8억이라는 왠지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보이는 은퇴 자산이 계산되어 나옵니다.



물론 이 계산은 아주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지 위해서이지 정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만큼의 자산이 있다고 해서 당장 은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계산에 포함시켰던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은 나중에 나이가 최소한 50~60대가 되어야 받을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그 전에 젊은 시절에 은퇴를 하고자 한다면, 좀 더 많은 자산이 필요할 테구요. 앞서서 밝혔지만 여기에는 자녀 교육비 등 사실 쓰려고 하면 대부분의 자산을 탕진시킬 수 있는 만큼의 항목이 빠져있기 때문에 상당히 비현실적인 계산이기도 합니다. 또한 현재는 직장인인 사람이 은퇴를 한다면 직장가입자로 내던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을 따로 내야하니 추가적인 지출 부담도 생깁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계산을 해보려고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결국은 약간의 현금 흐름적은 지출이 만나면 은퇴라는 것이 그렇게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보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거나, 향후 읽어보려고 하는 블로그들입니다. 모두들 지출을 줄이고, '경제적 자유'에 필요한 자산을 차곡차곡 모아서 이른 나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이들입니다. 자세히 읽어보면 대부분 Engineering 같은 상대적으로 기본 연봉이 높은 직종에 일을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년간 최대한 절약해서 70~80%의 자산을 저축하며 은퇴를 적극적으로 준비한 이들의 노력이 대단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이들이 공통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수입을 늘리는 노력이 아니라, 지출을 줄이는 노력입니다. 부부가 둘이서 타던 차를 1대로 줄이고, 직장을 걸어서 혹은 자전거로 다닐 수 있도록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거나, 집의 사이즈를 줄이거나, 헬스클럽 멤버쉽을 구입하는 대신 나가서 조깅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궁상맞음이 아니라 '물질만능주의'를 벗어나 진정한 행복을 꾀하는 것이라는 어쩐지 철학적인 깨달음과 함께 말이죠. 

아마 유명한 멕시코 어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노년까지 죽도록 일을 해서 돈을 번 뒤에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현재의 삶을 희생하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여서 그런지, 여기저기에 많이 인용이 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이런 '이른 은퇴'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남들이 쓰는 것 만큼 쓰고, 남들이 하는 것 만큼 다 하고, 또 기업의 마케팅에 휘말려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사면서 쓰는 돈과 은퇴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지금 행복하지도 않은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 보다는, 정말로 중요한 것에만 돈을 쓰고, 거기에 맞는 자산을 구축해서 하루에 최소 8시간 이상 가족과 떨어져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직장에 안녕을 고하겠다는 생각이겠죠. 



정말로, 여러분에게 있어서 경제적 자유란 어떤 의미인가요?

남들이 보는 눈이 있으니 이정도는 써야되고, 이정도는 사야되고, 이정도는 타야하는 욕심 때문에 경제적 자유로 갈 수 있는 길이 점점 멀어지지는 않나요? 내 생활은 바꾸기 싫고, 주식에 투자해서 대박을 내서 수십억의 자산을 이뤄야 겠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이런 질문은 저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내가 바라는 경제적 자유란 무엇인지? 내가 쓰는 돈은 현재의 나에게 만족감을 줄 지는 몰라도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며칠이나 미뤄지게 만드는지 생각하고 있는지? 정말로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만났을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국은 지금부터 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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