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메리츠코리아펀드의 존리에 대한 글을 참 많이 올린 것 같습니다. 그분의 투자 철학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고 배우는 부분이 많기도 하고, 또 실제로 메리츠 코리아 펀드의 최근 수익률이 다른 전통적인 가치주 펀드들을 압살하고 있는 결과를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존리가 2012년에 쓴 '왜 주식인가?'라는 책이 있다는 사실을 어디선가 알고서 냉큼 도서관에 가서 후다닥 읽어보았습니다. :)



존리의 투자 철학을 한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이것인것 같습니다.



주식은 사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게 뭐?' 싶은 이 문장에서 중요한 것은 주식은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사기만 한다는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투자자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중에 하나가 바로 주식을 매수하는 순간부터 매도를 생각하는 점이라고 합니다. 목표수익율을 정하고, 주가의 등락에 전전긍긍하고... 


하지만 존리의 철학은 사과 열매를 먹으려고 사과나무를 심었다면 어떤 악재가 있거나, 적당하게 열매를 몇번 수확했다고 해서 나무를 뽑아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힘들게 번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기업에 한번 투자했다면 계속 보유하면서 기업이 성장하면서 얻는 과실을 함께 계속 얻는 것이 목적이라는 거죠.


[관련기사] '종목교체는 없다'…메리츠코리아펀드의 뚝심 :: 발품 팔아 53개 종목 발굴해 장기투자…6개월간 2~3종목만 교체


최근 분기의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매매회전율


저도 원칙적으로는 주식을 장기투자해야된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언제쯤 팔아야 잘 팔았다는 소리를 들을까 하면서 고민을 많이 하곤 하는데, 어찌 보면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런 고민을 한다는 것은 정말 도박을 하는 것과 별다른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존리가 했던 것처럼 삼성전자를 15,000원에 매수하고, 삼성화재를 5,000원에 매수해서 몇백배 수익이 날때까지 10년, 20년을 홀딩해야하고, 그만큼 우수하면서도 오랜 기간 동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혜안(!)을 가질 수 있다면 나머지는 시간이 알아서 해줄 일이라는 그의 투자 철학이 진정한 장기투자자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철학과 일맥상통하는 그의 '손절매'에 대한 의견 또한 재밌습니다.



손절매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주식의 가치를 보지 않고 투자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끔 주식, 증권 관련 게시판을 보다보면 투자에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이 '손절매'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매수한 종목이 주가가 떨어지면 기회라고 생각하고 물량을 늘리려고 하는 편이라 가끔 이런 의견을 강력하게 말씀하시는 분들을 보면 어떤것이 맞는 것일까 궁금하게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글귀를 보고서는 손절매에 대한 저의 의견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단기투자자들에게는 손절매가 중요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단기투자로는 장기적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기업이 장기적인 가치가 있다고 보고 투자했을때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인간의 심리상 쉽지는 않지만) 상기해야겠습니다. :)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주식 투자에 입문 하려고 하는 사람들, 혹은 돈을 벌기 시작한 사회초년생에게 꼭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저도 존리와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는 현대인이라면 반드시 해야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기업의 성장과 가계의 성장의 불균형이 심한 나라에서는 가계들이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참여해야 직접적인 근로 소득은 늘지 않아도, 기업이 성장하면서 생기는 금융 자산의 증가로 그 불균형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도 여러번 강조되고 있는 내용들은 이렇습니다.


  • 샐러리맨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고용주 입장에 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 직접 사업을 한다면 들어간 자본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손해를 볼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주식에 투자한다면 투자금액 이상으로 손해를 볼수는 없다. 사업을 하고 싶다면 그 사업을 잘 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그리고 뻔한 이야기긴 하지만 '그러면 언제 주식을 팔아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에는;


  • 주가가 처음 살 때에 비해 과도하게 올라 그 회사의 실질 가치보다 훨씬 더 비쌀때
  • 회사 경영이나 영업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는 등의 이유로 회사의 미래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판단될 때


이 두가지 뿐이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말이 쉽지 실질가치나 미래가치와 같은 알 수 없는 영역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가장 어려운 문제죠. 흑흑 ㅠ_ㅠ



또한 책의 후반부에서는 우리나라의 후진적인 금융 체계와 기업들의 경영 구조 등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력하게 설파하는 부분에서, 합리적인 시장을 위해서 우리나라가 갈길이 아직도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생기는 기회도 있겠죠? :)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적어 두었던 노트들을 함께 글을 마무리 지어봅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가치투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었을만한 내용을 담고 있긴 하지만, 그의 투자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대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미국 시장에 투자했던 사람들이기에 한국 시장에는 적용하기 어렵다고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는 가운데, 오랫동안 한국 시장에 장기 투자했던 그의 경험과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철학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주식 투자에 관심 있으신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 ^0^



  • 기업의 가치란 기업이 현재와 미래에 벌어들이는 이익의 합이고, 좋은 기업은 이 가치가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이다.
  • IMF때 많은 기업들이 파산했지만 코리아펀드가 투자했던 기업들은 하나도 무너진 기업이 없었다. 펀더멘털에 기초한 투자 덕분이며, 좋은 기업은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빛이 나고 가치를 증명한다.
  • 뮤추얼 펀드를 고를때 봐야할 점 중에 하나. 해당 펀드는 일반 회사와 같이 독립된 이사회가 있고, 그 이사회가 주주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일해야 한다. 한국의 많은 펀드들은 대부분 이사회가 존재하지 않아 펀드 매니저가 잘못을 저질러도 책임을 묻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 주가의 오르내림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고 맞추려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짓이다. 현금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마켓 타이밍을 재어 단기 투자를 하기 위해서인데, 이것은 예측 불가능 영역을 다루는 것이므로 투기와 다름없다.
  • 현명한 투자자에게 오는 확실한 투자 기회 두가지
    1. 모든 사람이 주가폭락으로 공포심에 떨때. 주가폭락 뉴스로 도배가 될때.
    2. 여러가지 이유로 기업 가치가 우수한 기업을 투자자들이 외면할때
  • 한국의 주식시장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다시 말하면 회사의 가치 판단에 대해 시장이 충분히 똑똑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증권회사들 대부분이 대기업만 중시하고 수수료의 극대화를 위해 리서치 대부분이 단기적이기 때문이다.
  • 주식의 매력도를 구하는 반법은 여러가지 기법이 있지만 결국은 이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이다.
    • EV/EBIDTA = 만일 이 값이 3이라면 3년만에 투자 금액을 전액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숫자가 작을수록 좋다.
  • 재무제표 검토
    • 매출규모와 매출증가율 ~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증가하는지
    • 수익률이 일관성이 없거나 즐쭉날쭉하다면,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를 검토. 매출채권이 갑자기 늘었다거나 부채가 갑자기 감소하는 등 분식회계 가능성이 있는지 살핀다.
    • 어떤 사업에 얼마만큼 투자를 하고 있는지 여부. 운전자본이 지속적으로 줄거나 늘어나는 경우, 감가상각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경우, 차입금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른 경우 등이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
    • 수익의 지속성.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은 간편하게 회사의 수익성을 파악할 수 있지만, 회사가 특별이익이나 특별손실이 생겼을때 실제 수익률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EBITDA를 사용한다.
    • 회사가 배당도 투자도 하지 않고 현금을 적정한 수준보다 너무 많이 갖고 있으면 ROE가 낮아진다.
      • ROE가 낮아졌거나, 주가가 상승해 기업의 적정 가치에 수렴했거나, 기타 이유로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오버 슈팅 되는 등 저평가가 해소되어 주가 상승 여력이 줄어들었다면 그때 매도를 고려
  •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는가? 예를 들어, 회사의 ROE가 20%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신주를 발행해 모은 자금을 투자해 수익률이 5~10%밖에 안되는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 회사 가치를 갉아먹는 경영활동이기 때문.
  •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이 잦은 회사는 투자 유보. 사업을 위해 반드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면 주식 수를 증가시키지 않는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좋고, 재무 건전성을 좋게 하고 싶다면 투명하게 신주를 발행하는 편이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방법.
  • 기업을 평가하는 지표 중에 유보율이라는 것이 있다. 배당금 지급 후 축적된 이익을 자본금과 비교한 지표다. 이 유보율 높으면 회사가 튼튼하다는 말인데 미안하게도 유보율이라는 지표를 사용하는 나라는 내가 아는 한 한국뿐이다.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주주 입장에서는 좋은 점이 없다. 자금을 계속 투자해서 회사의 이익이 극대화 되어야 하는데 많은 자금이 낮은 이자를 주는 은행에서 놀고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의 ROE를 형편없이 낮게 만들기 때문에 회사가 현금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주주와는 달리 경영진이나 대주주들은 주가가 올라가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부러 회사를 나쁘게 보이게 하는 등 주가를 오르지 않게 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외국이라면 이런 경우 적대적 M&A에 노출될 것이다. 이러한 위협을 느껴야만 경영진은 회사의 펀더멘털을 좋게 해서 장기적으로 주가가 올라가도록 최선을 다하게 된다.
  • 투자후보 기업이라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회사의 정보를 최대한 찾아보자. 투자자 입장에서는 경영진이나 대주주의 수탁의무 위반, 이해 상충과 기회편취 사례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피하자.
  • 미국의 화이트 칼라 범죄 엄중 처벌 사례 : 엔론 분식회계
    • 최고경영자 24년 4개월 징역형
    • 분식 규모 5억 달러 -> 손해배상금 33억달러
    • 엔론 회계감사를 했던 세계 최대의 회계법인 아더앤더슨 폐업
  • 우리나라의 경우 대주주가 불법 행위로 추궁을 받게 되면 많은 경우에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선언해서 국민들한테 직접 선처를 구하기도 한다. 재산을 환원하더라도 사회에 할 것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도 많은 국민의 경제 지식이 지극히 왜곡되어 있어서 무엇이 잘못된 줄을 모른다.
  • 금융허브가 되려고 하는 나라에서 국부유출이니 국부유입이니 하는 논란이 생기는 것 자체가 유치한 일이다. 진정한 의미의 국부유출은 단순히 외국인이 한국에서 돈을 벌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 많은 일부 한국인들이 불법 경로를 통해 해외로 돈을 빼 나가는 것이다.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벌어간 돈은 다시 한국에 투자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각종 비자금이나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서 빠져나간 국내 자금은 국내로 다시 돌아올 확률이 거의 없다.
  •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M&A 가 활발해져야한다. 대주주 외의 제3자가 대주주가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권을 빼앗는 적대적인 M&A까지 포함해서다. 경영진이 무능하거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을 경우에는 주주들이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잘못하면 해고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어야 경영진이나 대주주가 일반 주주에 대한 인식을 바꿀 것이다.
  •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규제완화보다 더 중요한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소유주의 이해와 고객의 이유가 상충되는 것을 막아야하기 때문에 이는 규제완화와 연관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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